인공지능의 첫 번째 겨울: 연구 자금 감소와 기대의 붕괴
인공지능 연구는 1950~60년대에 급속히 발전했지만,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한계를 드러냈다. 초기 AI 연구자들은 규칙 기반(If-Then) 시스템을 활용해 인간의 사고를 모방하려 했으나, 현실 세계의 복잡성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의 하드웨어 성능도 부족했고, AI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범위가 예상보다 좁았다. 이에 따라 정부 및 기업의 연구 자금 지원이 축소되었고, AI 연구는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이를 **"AI의 첫 번째 겨울(AI Winter)"**이라 부른다.
당시 AI 시스템은 인간이 직접 입력한 규칙을 기반으로 동작했다. 하지만 현실 세계는 예외적인 상황이 많고, 모든 상황을 규칙으로 정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예를 들어, AI가 체스 같은 명확한 규칙이 있는 게임에서는 좋은 성과를 냈지만, 자연어 처리나 복잡한 의사결정 문제에서는 한계를 보였다. 이러한 한계는 AI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정부와 기업의 연구 지원 철회
1960년대 후반, 미국 국방부(ARPA)는 AI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했지만, 1970년대 들어 성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자 투자 규모를 줄였다. 영국에서도 AI 연구에 대한 정부 보고서인 **라이트힐 보고서(Lighthill Report, 1973)**가 AI 기술의 실용성이 낮다고 평가하면서 연구 지원이 감소했다. 이러한 흐름은 AI 연구자들에게 큰 타격을 주었으며, 많은 연구 기관이 AI 프로젝트를 중단하게 되었다.
전문가 시스템의 등장과 새로운 도전
1980년대 초반, AI 연구자들은 기존의 규칙 기반 시스템을 넘어 특정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적용하는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전문가 시스템은 특정 산업이나 의료 분야에서 전문가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대표적인 예로 MYCIN(세균 감염 진단 시스템)과 XCON(컴퓨터 부품 조립 지원 시스템)이 있으며, 기업들은 이러한 시스템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려 했다.
전문가 시스템은 1980년대 기업 환경에서 빠르게 도입되었으며, 특히 의료, 공학, 금융 등의 분야에서 효과를 보였다. 예를 들어, MYCIN은 혈액 감염을 진단하고 적절한 항생제를 추천할 수 있었으며, XCON은 복잡한 컴퓨터 시스템의 부품 구성을 최적화하는 데 사용되었다. 이러한 성공 사례는 AI 연구가 다시 주목받는 계기가 되었고, 기업들은 AI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전문가 시스템의 한계와 두 번째 AI 겨울
전문가 시스템이 한동안 성공을 거두었지만, 결국 또 다른 한계에 부딪혔다. 첫째, 전문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전문가 지식을 일일이 입력해야 했으며, 시스템이 성장할수록 유지보수가 어려워졌다. 둘째, 전문가 시스템은 학습 능력이 없어 새로운 지식을 자동으로 습득할 수 없었기 때문에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1980년대 후반부터 AI 연구는 다시 정체기에 접어들었고, 1990년대 초반에는 두 번째 AI 겨울이 찾아왔다.
전문가 시스템에서 기계 학습으로의 전환
전문가 시스템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AI 연구자들은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했다. 1990년대 이후, 컴퓨터 성능의 향상과 빅데이터의 등장으로 인해 AI 연구는 다시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 중심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규칙 기반 시스템이 아닌 데이터를 통해 패턴을 학습하는 방식이 점차 주류로 자리 잡았고, 이는 이후 딥러닝(Deep Learning)과 같은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1970~1980년대의 AI 발전 과정은 도전과 실패, 그리고 재도전의 연속이었다. 첫 번째 AI 겨울은 AI 기술의 현실적 한계를 보여주었고, 전문가 시스템은 AI가 특정 분야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전문가 시스템도 결국 한계를 드러냈으며, AI 연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침체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이러한 실패와 시행착오는 AI 기술 발전에 중요한 교훈을 제공했다. 규칙 기반 시스템이 아닌 데이터 중심의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이후 기계 학습과 딥러닝 기술로의 전환이 가능해졌다. 1980년대의 전문가 시스템은 오늘날 AI가 다양한 산업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되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AI 연구의 지속적인 도전 정신이 결국 현대 AI 발전의 초석이 되었다.